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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제토론 행복]⑦불우이웃돕기 [세계일보] 2003-12-30
작성자 사무국 hit : 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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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김길수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


[주제토론 행복]⑦불우이웃돕기

나누면 나눌수록 희망 커져


불우이웃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12월이다. 하지만 올 겨울은 이웃을 생각하기 전 머뭇거림이 앞선다. 경기침체로 인해 새해를 맞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고 거리 곳곳의 빨간 자선냄비는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 살기도 바쁜데…” “이 정도의 액수는 도움도 안 될거야”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더 쉽게 발걸음이 돌려진다.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것을 다시금 기억해 본다면 나눔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의무이기도 하다. 나누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그 무엇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삶에 전달해 준다. 한국여성재단의 이사장 박영숙씨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 김길수씨의 대담을 통해 ‘나눔의 행복’을 들어본다.


▲김길수=올 여름에는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가 난 지역들을 직접 찾아갔었다. 조그마한 성품들이 모이고 쓰러진 집들을 함께 고쳐보겠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을 때 피해주민들의 눈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함께 무언가를 일궈낸다는 기쁨이 그분들에게는 용기로 다가선 것을 보고 나눔의 희망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박영숙=자신의 시간, 노동을 쪼개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행복감을 맛본다. 봉사하는 사람은 쪼개는 것만큼 기쁨을 느끼게 되고 받는 사람은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아파해 주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간의 행복에만 관심을 두지만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의 참의미가 아닌가 한다.


50년대에 YWCA에서 일을 했다. 아직도 그때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하는데 총무 한분이 빈 상자에 과일, 쌀, 고기 등을 넣고 무작정 달동네를 찾아가 나눠드렸다. 어느 한 판잣집에 들어섰는데 아이를 막 낳은 산모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빈 젖만 아이에게 물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어머니가 받은 상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런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분주하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행복, 그 이상의 것이었다.


▲김=그래도 요즘엔 점차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이전에 성남시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있었는데 그때 풀뿌리 봉사단체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잘 사는 사람이 오히려 나눔에는 인색했다. 성남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도시보다 넉넉하지 못한 구도시에서 80%이상의 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에서 나눔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박=자기가 어려움을 알아야 남의 아픔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기에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하다. 가진 사람들이 먼저 베푸는 기부문화가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언론에서 불우이웃돕기를 하면 단시간내 많은 성금이 모인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있어서 관대한 편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사회공익활동을 펼 수 있는 기부문화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홍보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남을 도울 때 밝히지 않고 돕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틀을 바꿔 알릴 필요가 있다. 봉사하는 사람들을 알려 참여폭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재단에서 기부 릴레이를 펼친 적이 있다. 참여한 사람들이 저마다 하는 얘기가 자신은 기쁜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기부를 권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기부라고 하면 거액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가장 큰 장애였다. 그러나 남을 돕는 일은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러한 작은 정성들이 모여 기적을 이루는 것이다. 단돈 만원이나 어린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가져온 돼지저금통 등 모두가 액수와 상관없이 귀중하다.


▲김=언론들이 거액만을 조명하는 데 문제가 있다. 작지만 정성을 모아 봉사하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보도해줘야 한다. 자기 능력에 맞게 도울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모아진 정성들이 제대로 쓰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모아진 성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시민단체가 펼칠 수 있는 공익활동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박=그런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모든 부분에 관여해 복지정책을 펴면 도움을 받는 사람만 받게 되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계속 소외되고 만다. 기업이 펼치는 나눔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쇄신으로 독자적으로 운영하다 보면 알려진 곳에만 도움이 갈 뿐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뻗치지 못한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시민단체를 중간다리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만 봐도 정부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시민단체들은 어떤 재해가 일어났을 때 빨리 움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오히려 나눔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적인 어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최근 유산 1% 기부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법적 절차가 복잡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정이 나눔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기부나 자원봉사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도와주고 싶은데 또는 도움이 필요로한데 제대로 전달하거나 요청하는 방법을 몰라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길을 펴주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의외로 얼음장같이 찬 방에서 겨울을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아예 방조차 없어 거리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따뜻한 정성들이 하나둘 모이면 큰 힘이 된다. 우리의 손길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 윤성정기자 ysj@segye.com


사진박영숙씨와 김길수씨는 “나눔이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작은 정성들이 모여 기적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원기자

( 20031216 16: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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