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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협의회 뉴스] 인테리어·메뉴개발… 11명의 재능나눔으로 연 음식점 2010-06-09
작성자 관리자 hit : 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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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메뉴개발… 11명의 재능나눔으로 연 음식점
인사동 `분홍배추` 홀로 세 자녀 키우는 40代 주부 음식점 독립 막막하자 도움 호소 교수·외식업체 상무 등 전문가들 열흘 공사 끝에 12월24일 문 열어
전현석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조선일보 2010-01-13 SH1 [A11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상가 쌈지길 4층에 김치요리와 막걸리를 파는 `분홍배추`라는 음식점이 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음식점 입구에는 `분홍배추는 꿈을 나누고 재능을 기부하여 만든 가게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식당 안 벽과 수저 받침대에도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대학교수에서 외식업체 상무, 해산물식당 주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금융 컨설턴트까지 개업을 도운 자원봉사자 11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가게 주인 나영희(49)씨는 이들이 없었다면 가게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세 자녀를 떠맡은 나씨는 2002년부터 1년 8개월 동안 전주의 전주비빔밥 전문점 고궁에서 음식 나르는 종업원으로 일했다. 일을 배워 분식집이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나씨는 고궁이 다른 지역에 식당 분점을 낼 때 성실히 일한 종업원이 일정액을 투자하면 공동운영권을 주는 `가족 점포`에 지원했다. 나씨는 2004년 말 고궁이 서울 인사동 지금 분홍배추 자리에 차린 음식점 이목대의 공동 운영자가 됐다. 고궁은 종업원이었던 공동운영자가 일정 기간 안에 돈을 벌어 고궁의 지분을 인수하면 가게 주인이 될 수 있게 했다. 나씨는 열심히 일해 가게를 맡은 지 4년 만에 가게를 인수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나씨는 가게를 인수하면 상호는 물론 메뉴까지 모두 다른 새 가게를 열기로 고궁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한은 지난달까지였다. 나씨는 전 가게에서 팔던 음식 말고 다른 음식은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라 난감했다.고 했다. 용역업체에 맡기면 되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은 모두 가게에 쏟아부었고 경기침체로 매출도 시원치 않았다.

나씨는 뜻밖의 곳에서 천군만마 같은 지원군을 얻었다. 지난해 8월 나씨가 창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들어갔던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의 `외식산업 고위자과정`에서였다. 지난해 10월 고민하던 나씨는 서은경(62) 책임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자문을 하자 서 교수가 선뜻 시간이 촉박하니 전문가들을 모아 해결해보자고 했다. 서 교수는 나영희씨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알고 지내던 외식업체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의 윤경하(52) 상무에게 부탁했다. 이 업체는 장사가 안 되는 집을 무료로 컨설팅해 주고 시공까지 도와주는 `맛있는 기부`를 하고 있었다. 서 교수는 지난 11월 3일 윤 상무와 함께 나씨를 만났고 친분이 있는 해산물전문점 `고래불` 주인 문상순(59)·이화숙(56) 부부도 불렀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새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바꿔야 했는데 나씨는 김치 말고는 잘하는 음식이 없다고 했고 공사비도 은행에서 대출받은 1500만원밖에 없었다. 네 사람은 여러 차례 회의 끝에 김치 요리와 막걸리를 주 메뉴로 정했다. 인사동에 젊은이들과 외국인이 많이 온다는 점에 착안해 125㎡(38평) 가게 인테리어를 인사동과 어울리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로 만들기로 했다. 최소 예산은 4000만원이었다. 부족한 돈은 서 교수가 빌려줬다.

윤 상무를 중심으로 `드림팀`이 꾸려졌다. 미국 명문 디자인 대학인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윤 상무의 딸 김희연(26)씨가 가게 설계와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건축일을 하는 김씨 남편 이동철(32)씨가 시공을 책임졌다. 윤 상무 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인을 담당하는 안수경(28)씨도 참여했다.

윤 상무의 부탁으로 요리교실 `테이블스토리`를 운영하는 김선화(48)씨와 청강문화산업대 푸드스타일리스트과 최혜림(48) 교수도 합세했다. 김선화씨는 나씨에게 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맛을 내는 요리비법을 1대1로 전수했다. 궁중 한정식 전문점 `석파랑`의 식기 조언을 했던 최 교수는 어떤 그릇을 쓰면 좋을지 추천했다.

나씨가 김치요리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하자 고래불 문씨 부부가 나씨를 데리고 김치요리로 성공한 음식점 6곳을 돌아다녔다. 윤 상무가 소개한 BNP파리바 한국지점 은행장의 부인 이종희(62)씨는 외국손님을 많이 대접해 본 경험을 살려 외국인이 어떤 한국음식을 좋아하는지 귀띔했다. 윤 상무는 주변보다 낮은 가격대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나씨와 함께 외식산업 고위자과정에 다닌 미래에셋생명 금융컨설턴트 조범(37)씨는 가게의 금융 부분을 상담해줬다.

공사는 지난달 14일부터 열흘간 진행됐다. 설계디자인팀·시공팀 모두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면서 일에 매달렸다. 이동철씨는 인사동에는 공사차량이 들어오는 시간이 제한돼 애먹었다며 단가를 낮추려고 평소 거래했던 업체에 `연말 좋은 일 하는 셈치고 원가만 받고 일해달라`고 사정사정했다고 했다. 그래도 예산을 초과해 7000만원이 들었다. 서 교수가 추가로 돈을 보탰고 최근 결혼한 이동철·김희연 부부도 축의금으로 받은 돈 일부를 내놨다.

드디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게 문을 열었다. 이름은 주메뉴인 김치와 막걸리를 섞으면 분홍색이 되고 배추가 김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분홍배추`로 지었다. 나씨는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제가 받은 소중한 재능을 무럭무럭 키워서 저 같은 분들에게 다시 나눠 드릴 것이라고 했다. 나씨는 또 윤 상무 회사의 재능 봉사인 `맛있는 기부`에 매달 20만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동참했던 사람들은 재능을 나누면서 우리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다. 정말 재능은 나눠도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꿈을 나눈 사람들` 11명은 손을 맞잡으며 다음 번에도 다시 뭉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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