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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협의회 뉴스] 당신의 ‘능력’이 이웃에겐 ‘기쁨’입니다. 20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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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능력’이 이웃에겐 ‘기쁨’입니다.
노인들에 침술봉사 한의사 정민기씨 9년째 매달 요양원 찾아 관절염·두통 등 치료 호스피스 활동도 병행 “기부금보다 더 큰 감동”
이신영 기자
조선일보 2010-01-06 JH5 [A05면]



지난달 2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서구 천사노인요양원 2층 거실에선 할머니 15명이 소파에 빙 둘러앉아 벽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시간이 됐는데 왜 안 오지?라고 묻자 다른 할머니들이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막히나봐 꼭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봐요라고 했다.

10분쯤 뒤 청바지를 입은 늘고운한의원 정민기(44) 원장이 나타났다. 얼굴이 환해진 할머니들이 우리 주치의 선생 오셨네라며 반겼다. 할머니들이 팔·다리를 쑥 내밀었다. 여기가 자꾸 아파. 침 놔줘!

정 원장은 매달 넷째 주 월요일 이곳에 들러 침술 봉사를 한다. 벌써 9년째다. 그는 1994년 한의원을 개업하면서 첫 봉사를 했다. 가족·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사할린 동포의 집을 방문해 침을 놨다. 정 원장은 부모님 소개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4~5번 다니다 병원 일이 바빠 소홀히 하게 됐다고 했다. 정 원장은 병원 일에 집중하면서 평소 관심 있었던 기타와 타악기 봉고(bongo)를 익히고 요가와 마술도 배워 환자에게 보여줬다. `신세대 한의사`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앞을 지날 때면 이유없이 빚진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아는 분께 털어놨더니 `그럼 빚을 갚아서 홀가분해지면 되지 않느냐. 앞으로 100원씩만 줘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해 봤더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다음부터 항상 주머니에 동전을 가지고 다녔죠.

그는 2002년부터는 임종(臨終)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hospice) 봉사에 나섰다. 매주 월요일 한의원 문을 닫고 환자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병원과 요양원은 물론 돈이 없어 집에서 세상 떠날 준비를 하는 환자를 찾아가 침을 놓고 고통을 덜어줬다. 병간호로 지친 환자의 가족도 의술로 보살폈다. 정 원장에게 환자를 소개해준 무지개호스피스 김양자(65) 회장은 침 치료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장이 안 좋은 환자에게 한약을 지어 보내고 환자 아들을 꾸준히 후원하고 격려해서 대학에 보내기도 했다며 정 원장은 환자들에게 살아있는 허준으로 통한다고 했다.

정 원장이 천사노인요양원의 할머니를 한 분 한 분 차례로 살폈다. 그는 맨바닥에 앉아, 소파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증상을 듣고 진맥을 하고 침을 놨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절며 방에 다녀오더니 정 원장에게 우유 하나를 내민다. 또 한 분은 율무차를 타 왔다. 8년째 정 원장의 침을 맞고 있다는 백모(77) 할머니는 원장 선생님 아니었으면 벌써 저세상으로 갔지라며 웃었다. 강모(86) 할머니는 선생님 침을 맞고 머리 아픈 게 싹 나았다며 우리 보살펴 주는 게 아들 같다고 했다.

정 원장은 거실에서 치료를 마치자 거동이 불편해 병실 밖으로 못 나오는 할머니에게 갔다. 온돌병실인 207호 채모(87) 할머니가 앉은 채로 반갑게 정 원장을 맞았다. 채 할머니는 7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요양원에 왔다. 그때부터 관절염이 심해져 두 다리를 못 썼다. 채 할머니는 한글로 성경 필사를 하고 이제는 일본어로 쓰고 있다. 할머니가 손이 저리고 시려. 다 쓰고 갈지 모르겠어라고 하자 정 원장이 걱정 마세요라며 왼손 엄지손가락에 침을 놨다. 치료가 끝나자 채 할머니가 검은 봉투를 내밀며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했다. 요구르트 4개와 우유 1개가 들어 있었다.

정 원장은 취미 생활도 봉사에 활용하고 있다. 직접 작사·작곡하고 조카들과 불러 제작한 동요 CD를 지인의 그림 전시회장에서 팔아 70만원을 모은 뒤 경기도 평택의 천혜보육원에 보냈다. 3월에 사진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을 보육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도움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봉사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봉사를 힘들고 어렵게 생각했다면 오래 못했을 거예요. 돈이나 물질적인 것만 보냈다면 제가 매달 받는 감동도 없었겠죠.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침술로 조금씩 나누는 것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뭐든지 나눌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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